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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씨

소소일기: 휴식으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들

레오- 2023. 12. 26.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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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했던 휴식기간은 3개월이었다.

많은 이유로 인해서 결국 제게 주어진 휴식의 시간은 벌써 7개월을 지나고 있네.

나도 모르게 암환자가 되었고, 그로 인해 계획보다 더 긴 시간을 푹 쉬고 있다.

2023년에 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연말을 맞은 이 시기가 그리 즐겁지 많은 않다.

그러나 원치 않았던 이 휴식의 시간중에 제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는데,

정말 예상외에 것들이라 글로 남겨두고 기억하고 싶어 끄적여본다.

 

1. 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 일을 하던 나는 멀티플이 가능한 사람이었고, 물리적 시간 아래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휴식을 하면서 돌아본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도,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을 뿐더러.

 내가 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미래의 에너지를 생각없이 가져다 쓴 것에 불과했다.

 올 해의 나는 가장 바보같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2. 모든 것을 듣고 있지 않았다.

: 감각이 예민했던 나는 항상 모든 것을 듣고 있었고, 일만 하는 시간에도 하나만을 하는 것이 아쉬워 강의든, 음악이든, 그 어떤 종류의 듣는 것에 매우 집착(?)했었는데.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었고. 내가 들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90%쯤은 실제로 듣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로, 나는 무엇하나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3.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밑줄을 긋는다는 것이다.

: 신기하게도 읽는 책에는 메모나, 하이라이트 등은 절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책을 구기는 것도 싫어해서 엄청 조심하며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책읽기는 그저 "읽는 것"에 해당하는 행위에 불과했다. 기억에는 남지 않았고, 구조 또한 내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다. 휴식의 기간동안 내가 읽은 책을 되새기면서 머리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나마 캡쳐해두고, 곱씹고, 끄적여 보았던 그 내용들만은 머릿속 어딘가에 있었다. 책은 읽는 것만이 아니라, 교재처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4. 나는 못된 사람이다.

 : 착한아이 증후군으로 살아왔던 내가, 올 해 (의도치 않게)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느낀 것은 착한 척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 근본은 착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좀 충격적이긴 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습관적이었던 내가 못된 사람이라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돌아보니 그렇다. 

 

5. 내 MBTI는..T다.

 :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시간 속에서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특정부분의 수치로 인해서 나는 직장과 종교로 인해 학습화된 F이며, 실제는 T일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였다.

  생각해보니, 나는 늘 대화나 카톡을 할 때, 한번씩 습관적으로 필터링을 하고 있었다.

  해결책+원인에 대한 내용이 항상 먼저 떠오르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문장으로 상대와 이야기하곤 했다.

  이래서 사람들을 대하는게 피곤했었나?

 

 

 

일만 하느라, 내 자신에 대해서 돌아본적이 없었던 나인데.

원인이 어쨌든 나에 대해서 한 1%쯤 알게 된 것 같아 좋다.

그 내용은 별로지만..

 

앞으로도 나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면 잘 기록해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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